첨단 무기 뒤에 숨은 종이 호랑이… 사우디의 안보 참사가 주는 교훈
중동의 맹주이자 연간 국방비로만 한국의 1.7배에 달하는 832억 달러를 쏟아붓는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1932년 건국 이래 최악의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사우디 정부는 이슬람 성지 메카와 경제 거점 제다, 휴양 도시 타이프 일대에 비상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 대피 조치를 내렸다. 정규 공군·해군조차 없는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 세력 후티의 전방위적 공격 앞에 이슬람의 심장부마저 위협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바다와 땅이 모두 막힌 사우디의 진퇴양난
사우디의 안보 위기는 지정학적 및 경제적 핵심 수송 통로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되며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었다. 원유 수출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미 봉쇄된 상황에서, 유일한 해상 대체로였던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후티 반군 손에 넘어가 버렸다. 이로 인해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하루 340만 배럴에 달했던 사우디의 아시아행 원유 수출량은 12만 8천 배럴 수준으로 폭락하며 가혹한 타격을 입었다.
해상 통로가 막히자 아라비아반도를 횡단하는 총연장 1,200km의 동서 송유관이 유일한 육상 수송 우회로로 떠올랐으나, 이마저도 드론 타격으로 주요 가압장이 파손되며 순식간에 가동이 멈춰 섰다. 2개의 바다와 육지 모두에서 석유 운송로가 차단당한 셈이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 속에서도 사우디가 전적으로 의지하던 미·사우디 동맹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군사 지원을 요청하며 읍소했지만, 미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사우디는 지정학적·경제적 고립 속에서 동맹마저 등을 돌리는 외교적 절벽에 몰리게 되었다.
200조 원의 무기 체계, 도대체 왜 무용지물이 되었는가
F-15SA 전투기, 패트리엇 및 사드 미사일 방어 체계, M1A2S 에이브럼스 전차 등 최첨단 미국산 무기로 무장하고 30만명에 가까운 사우디군이 왜 일개 무장 세력(약 15만명)에 포위되어 쩔쩔매는가? 그 이유는 "돈으로 산 군사력"의 구조적 한계때문이다.
돈으로 산 군사력은 전투 자립 실패와 무너진 군대 조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사우디군은 미군 교관들에게 수십 년간 훈련받았음에도 기초적인 순찰이나 사격, 독도법 수준조차 숙달하지 못했고, 최신 전차와 무기를 그대로 버려둔 채 도주할 만큼 군기와 사기가 바닥을 쳤다.
여기에 왕정 수호와 내란 방지에만 골몰한 파행적 군 구조가 치명타를 더했다. 사우디 왕가는 군사 쿠데타를 막기 위해 국방부 정규군 외에도 국가방위군, 왕실근위대, 내무부 국경수비대 등으로 군사력을 인위적으로 갈라놓았고, 실력 대신 왕족 혈통으로 주요 요직을 채웠다. 그 결과 정작 외침이 닥쳤을 때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할 지휘 체계는 완전히 마비되었다.
더욱이 정권의 정치적 부담을 덜고자 지상전 대부분을 외국인 용병에게 돈을 주고 맡기는 파행을 이어왔다. 막대한 오일머니로 산 용병의 충성심은 국가적 안보 위기 상황에서 나라를 목숨 바쳐 지킬 자발적 방위 의지로 연결될 리 없었고, 결국 사우디군은 거창한 무기 체계만 가진 껍데기 군대로 전락했다.
대한민국 국방에 던지는 엄중한 메시지
사우디의 GDP 대비 군사비 비율은 6.5%에 달해, 한국(2.6%)의 2.5배를 넘는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한다. 832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국방비와 첨단 미사일 방어망을 갖추고도 정규군조차 없는 무장 세력에 끌려다니는 사우디의 참상은 대한민국 국방에 커다란 교훈을 던진다.
안보는 단순히 예산을 얼마나 쏟아붓느냐는 투입(Input)의 문제가 아니라, 유기적인 지휘체계, 철저한 실전 훈련, 그리고 확고한 정신력이라는 산출(Output)의 문제라는 점이다.
아무리 동맹 체계가 굳건하고 화려한 첨단 전력을 보유하더라도, 그것을 운용하는 군의 실전 훈련이 부족하고 지휘부가 부패·무능하며 스스로 싸우려는 국가적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면 한순간에 사우디처럼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다. 나아가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나라를 위해 자국 군인의 피를 흘려줄 동맹국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 참사는 천문학적 안보예산과 최첨단 무기라는 외형에 착시되어 국방의 본질인 지휘 체계의 효율성과 싸워 이기겠다는 강한 군대 정신을 잊을 때 국가가 어떤 비극에 직면하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 IP Hash : 37ec61d28738c16728afa276baeb6ed1 Capacity : 3903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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