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화 《암살자(들)》을 보고 왔다. 혹시 상영금지 가처분이 인용돼 영화를 보지 못하게 될까 싶어 서둘렀다.
영화는 지금까지 알려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여러 의혹을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유신정권의 강압적인 언론 탄압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새롭게 눈길이 간 대목이 있다. 한국말을 못했다는 문세광의 호텔 방에 여행사 직원이 두 차례 전화를 걸었는데, 두 번 모두 한국인 남자 두명이 받았다는 이야기다. 문세광이 혼자 묵은 것이 아니라 한국인 두 명과 함께 투숙했다는 의혹이다.
더 석연치 않은 것은 그 여행사 직원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문세광의 방에 전화를 건 이유에 대해서는 절대 함구하라는 지시를 누군가에게 받았다는 대목이다.
영화를 보면서 당시 우리 집에서 구독하던 동아일보도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의 사건을 추적하는 신문기자는 동아일보이다. 광고란이 하얗게 비어 있던 신문은 어린 내게 큰 충격이었다. 매일 신문을 펼치며 ‘오늘도 백지 광고구나’ 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러던 빈 광고란에 시민들이 돈을 모아 낸 격려 광고가 실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분들이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그 작은 광고들에 눈길이 갔다. 세월이 흘러 영화를 보니, 그 지면을 채웠던 사람들의 마음이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영화가 제기하는 의혹을 모두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시 수사에서 무엇이 밝혀지고 무엇이 묻혔는지, 또 진실을 알리려는 목소리가 어떻게 억눌렸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끝마무리에서 나온다. 어떤이는 영화 끝났다고 서둘러 자리를 떠나든데, 이걸 놓치면 영화는 꽝이다.
한 번쯤은 볼 만한 영화다. | IP Hash : d22961fd0ae99c98304ba021ebc90f5a Capacity : 1551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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