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소파에 무심코 앉아 있었는데, 돈 빌리러 왔다가 허탕치고 가는 사람의 눈빛을 보았다. 잠시 후엔 그 뒷모습을 보았다. 말일은 어제였고 오늘은 6월의 첫날인데 저 사람은 이제 이 한 달을 어찌 버틸까. 올해를 어찌 버틸까. 내년은... 나머지 생애는...
거절 당하는 사람의 눈빛은 다 닮았다. 뒷모습도 닮았다. 나는 거절 당하는 게 무서워서 언제나 아무런 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인 척 하느라 매우 야위었었다. 모든 문턱 앞에서 뒤돌아섰고, 한 번 닫힌 문을 두드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내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점점 더 좁아졌다. 좁은 길을 지나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나는 나의 야윈 몸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속삭여 주었다. 그럴 때마다 배가 고팠다.
너처럼 가난한 아이를 왜 우리 딸이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대학교 때 사귀던 여자의 엄마는 나를 대할 때마다 쉽고도 편하게 경멸했다. 그 여자의 문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결국 그 집의 문이 닫혀 버렸을 때 나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단 한 번 매달렸던 적이 있다. 어머니, 전화 한 번만 바꿔 주세요~ 그러자 그 엄마는 말했다. 너처럼 가난한 아이가 왜 자꾸 우리 딸을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은행 소파에 함부로 무심코 앉을 일이 아니다. 허탕치고 돌아서는 사람의 눈빛에 내가 어른거리고, 허탕치고 돌아서는 사람의 뒷모습에 내가 업혀 있다. 거절을 들킨 생애가 주춤주춤 회전문을 빠져나간다. 아아, 시바.
글 #류근시인 | IP Hash : d22961fd0ae99c98304ba021ebc90f5a Capacity : 1284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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